보통 과학 논문의 주어는 ‘나’가 아니라 ‘우리’를 씁니다. 논문 저자가 한 사람이어도 ‘우리’라고 표현합니다. 이때 ’우리’ 라는 말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게 됩니다. 논문 저자 자신, 함께 연구를 수행한 동료 학자, 나아가 그 논문을 읽고 있는 사람, 더 넓게는 인류 전체를 아우르기도 합니다.
거기엔 겸손이 깔려 있습니다.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가 발견하고 밝혀냈을 것이라는 겸손입니다. 업적을 이룬 과학자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태도가 ‘우리’라는 말에 들어 있는 것입니다.
저는 ‘우리’라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우리 가족’, ‘우리 교회’, ‘우리 이렇게 할까?’ 같은 말에 친밀감, 소속감, 연대감을 깊이 느낍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반대로 ‘우리’라는 말이 적대적인 뜻이 될 때도 있습니다. ‘우리끼리’라는 말처럼 울타리를 치고서 누군가를 배제할 때 그렇게 됩니다. 아마도 ‘우리’라는 말은 가축이나 짐승을 가두는 ‘우리’와 울타리를 뜻하는 ‘울’과 뿌리가 같을 것입니다.
개인보다는 공동체를 중시해 온 풍토 때문인지 우리 민족은 유난히 ‘우리’라는 말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행여 차별과 배제를 위한 ‘우리’가 아니라면 잘 살리고 즐겨 사용하면 좋은 말이다 싶습니다.
저는 우리 교인들이 있어서 정말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