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앎’은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가끔 이 ‘앎’이 문제를 일으킬 때가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진실과는 전혀 다른 상상으로 덧칠한 결과물을 진실이라 착각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입니다. 열세 살 소녀 브리오니가 그랬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사실과 마구 뒤섞고, 사실을 심하게 일그러뜨린 결과 타인과 자신의 삶을 망쳤습니다. 소설 ‘속죄’는 바로 이렇게 ‘안다’는 것의 함정을 보여주고, 자신의 망상으로 인해 추락한 사람에게 속죄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소설 속 이야기는 자꾸 질문하게 하고 답을 생각하게끔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단정 짓는 내용들이 정말 사실일까? 브리오니처럼 보고 판단한 것들의 함정에 빠져버렸던 일들이 있지 않았을까? 그것이 누군가를 망가트리고 또 나를 추락시켰던 것은 아닐까? 지금도 일그러진 이해의 첩첩산중 속을 헤매며 엉뚱한 말과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게다가 평범한 이야기인듯 했는데 이야기의 틀 자체가 뒤바뀌는 커다란 반전들 사이에 서있게 되면, 이야기로부터 전달받은 메시지와 오묘한 오버랩을 경험하며 한껏 커진 감동과 여운의 진폭을 느끼게 됩니다.
영화 어톤먼트(Atonment)의 원작 소설이기도 한 ‘속죄’는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것일 수 있는지를 현실의 이야기로 보여주는 요즘 손꼽히는 명작 중 하나입니다. 비록 기독교서적은 아니지만, 기독교 신앙의 뼈대를 이루는 ‘앎’과 ‘인간의 연약함’에 대해 특별한 통찰력으로 풀어주고 있고, 신앙인이라면 꼭 한번 생각해야 할 주제를 담고 있기에 추천드립니다.